좋은글 시
[스크랩] 등산과 입산
愚江
2011. 6. 8. 15:29
이원규의 지리산 가을 편지
등산과 입산
산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펑펑울기에 참좋은 날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언제어느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기 바랍니다
다만 등산은 말고 입산하러 오시길
등산은 정복욕과 교만의 길이지만
입산은 자연과 한몸이 되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이다
경쟁하듯 종주를 하다보면
보이는곳이라곤 앞사람의 발뒷꿈치 뿐이지요
하지만 입산의 마음으로 계곡을 타고 흔적없이 오르는 사람에게는
몸속에 이미 지리산이 들어와 있습니다
유정 무정 뭇 생명들이
곧나의 거울이자 뿌리가 되는것이지요
누구나 정복해야 할것은
마음속 욕망의 화신이지 몸밖의 산이 아님니다
산에 오를 때엔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흥얼거리며
만만디(천천이의 중국어)오르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사람도 살고 산짐승도 사는길이기 때문입니다
바람결에 나의 냄새와 노래를 실어 보내면
멧돼지나 반달곰이나 독사들도
알아서 길을 내주지요
처음엔 향기로운 풀꽃을따라 갔다가
상선약수의 계곡물을 따라 내려 오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곳에 그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출처 : 하늘새
글쓴이 : 하늘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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